2010년 10월 16일 토요일

시민사회의 주도성 회복이 시급한 한국의 사회적기업

시민사회의 주도성 회복이 시급한 한국의 사회적기업
 
박상유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kronos@hani.co.kr
 
대부분의 조직이 그러하듯 사회적기업도 사회적 필요의 산물이다. 따라서 사회적기업 역시 그가 속한 사회의 특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는 특히 서구에 확산되고 있던 사회적기업의 개념을 취약계층의 노동통합과 부족한 사회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위해 수입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서구의 그것이 어떤 고민에서 출발해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의 사회적기업 정책을 이해하고 대안을 모색하는데 나름의 의미가 있다.
 
유럽의 사회적기업의 경우, 1980년대 초반에 이탈리아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한 사회연대협동조합(social solidarity cooperatives)을 본격적인 출발로 보는 견해가 많다. 물론 19세기 영국의 로치데일 파이어니어(Rochdale Pioneer)를 비롯해 유사한 움직임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Social Enterprise Coalition, 2003). 하지만 그 당시의 결사체 운동은 다분히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자발적 성격이 강했고, 국가나 시장에서 배제된 노동자의 필요에 집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에 반해 이탈리아의 사회연대협동조합은 정부의 재정 축소 등에 따라 심화된 사회적 양극화와 배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필요에 부응한 성격이 강하다(장원봉, 2008). 당시 이탈리아 정부는 누적된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서비스 영역에 투자하던 예산을 점차 줄여 나갔고, 당연히 사회서비스 영역의 공백이 점차 가시화됐다. 공공 부문에서 책임지던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빈 공간이 드러나자, 이러한 공백을 메울 대안적 형태로 사회연대협동조합들이 대거 나타난 것이다. 정부를 대신해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이들 조직이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법(1991)이다. 이 법은 사회연대협동조합을 포함한 유사한 조직들을 사회적협동조합(social cooperatives)이란 이름으로 묶고, A타입과 B타입으로 나누어 정의하고 있다. A타입은 사회적서비스 협동조합으로 (구성원이 취약계층인가에 무관하게) 부족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을 이르고, B타입은 (제공하는 서비스와 상관없이) 취약계층의 고용을 우선적 목적으로 하는 노동통합형 조직을 가리켰다.
이처럼 정부의 재정 축소에 따라 사회적 복지가 후퇴하는 국면에서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 사회서비스 공백을 메우는 사회적기업 운동이 정부의 협력에 힘입어 제도로 정착되고, 다시 다른 국가에 번져 나가게 되는 현상은 유럽의 사회적기업들이 사회에 뿌리내리는 중요한 방식이 되었다. 벨기에의 사회적목적기업(1995), 캐나다 퀘벡의 연대협동조합(1997), 포르투갈의 사회적연대협동조합(1998), 스페인의 사회적협동조합(1999), 프랑스의 공익협동조합(2001), 핀란드의 노동통합사회적기업(2003), 영국의 지역사회이익기업(2004), 이탈리아의 사회적기업(2005), 폴란드의 사회적협동조합(2006)들이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과정은 이탈리아와 매우 유사했다(장원봉, 2008 ).
 
한편, 유럽에서도 영국은 이러한 움직임과는 조금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2002년 영국 무역산업부(Department of Trade and Industry)"사회적기업: 성공을 위한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여기서 사회적기업을 하나의 비지니스로 정의하는 매우 폭넓고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었다(Defourny).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 있어 사회적기업은 부족한 사회서비스를 보완하거나 취약계층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복지의 영역에 속한 문제였으나, 영국은 이에 더해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경제 주체로서의 기능을 강조한 것이다. 사회적기업을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새로운 방식일 뿐 아니라 경제적 활동을 하는 비즈니스로 인식하고, 경제와 산업정책을 주무로 하는 정부부처가 사회적기업을 하나의 정책 과제로 추진한 것은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었다. 몇 가지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 기조는 일정하게 유지되어, 신설된 제3섹터청(the Office of the Third Sector; OTS)에서 보건, 복지, 지역 및 사회서비스, 교육 등의 광범위한 업무를 통합하여 경제 활성화와 연결해 나가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사회 안에 이미 존재하던 사회적기업적 활동들을 일정한 제도의 틀로 묶어 이들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통해 활성화를 지원했다면, 영국의 정부는 경제적 관점에서 사회적기업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한 셈이다.
 
이렇듯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사회적기업을 이해하는데 있어, 그들의 자발적 결사체 운동의 전통은 중요하다.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기존의 경제 체제가 만들어 내는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적 경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에 기반한 호혜의 경제, 즉 사회적 경제라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갖게 된 것이다. 70, 80년대 유럽에서 복지국가로서의 정책이 후퇴할 때 또는 세계화의 여파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될 때, 유럽인들이 사회적 경제에 기반한 구조를 떠올리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드푸르니 등이 사회적기업을 비영리기관과 협동조합의 중간자적 성격으로 이해하는 것도 유럽의 사회적 경제 전통에서는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의 전통이 취약한 미국은 유럽과는 다른 발전 양태를 보였다. 재단을 중심으로 한 비영리기관에 익숙한 미국에 있어 80년대 보조금의 삭감은 비영리기관들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비영리기관들은 추구하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보조금 수입을 대체할 사업을 필요로 했고, 이러한 사업은 그들의 미션을 달성하는 하나의 수단이어야만 했다. 이렇게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두 가지 목표, 즉 비영리기관으로서의 미션과 경제적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업을 사회적기업으로 부른 것이다. 따라서 수익사업이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목적을 수행하는데 자금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수익이 창출되는 과정이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목적과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다른 프로세스로 작동되더라도 사회적기업으로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미국의 사회적기업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사회혁신모델로서의 사회적기업이다. 이는 기존의 정부와 비영리기관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 부문의 효율성과 혁신적 접근 방법을 적극적으로 차용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사회적기업들의 운영이 연대를 통한 공동체 개념 보다는 레버리지를 통한 사회 문제의 혁신적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거나, 대학에서도 복지학이나 사회학이 아닌 경영학 과정에서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일반 기업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문화에서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경우, 사회적기업의 뿌리를 1980년대 말 빈민지역을 중심으로 한 생산공동체 운동에서 찾기도 하지만(신호균 외, 2009 ),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회적기업은 역시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되, 특히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조직을 의미한다. 이는 이미 존재하던 사회적기업들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통해 시민사회의 자발적 움직임을 수용하는 서구적 접근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정부가 사회적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방식이다.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에서 촉발된 대규모 실업과 저소득층의 빈곤 심화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근로사업과 각종 자활사업, 사회적 일자리 사업 등을 잇달아 시행했으나, 상당한 재정 부담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이고 임시적 일자리를 양산했을 뿐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재정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정책 과제가 사회적기업의 도입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서구의 사회적기업들이 취약계층 고용과 사회서비스 제공에 있어 대부분 정부의 직접적 지원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데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사회적기업이 시민사회의 창의성과 자발성에 근거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델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정부의 실패에 대해 시민 사회가 주도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서구의 사회적기업이 성장하는 방식이었는데, 한국의 경우 정책 실패의 해결에 있어 시민사회를 주체가 아닌 객체로 두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잇달아 사회적기업 육성 방안을 쏟아 내고, 기업 부문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 효과를 정부에서 검증하는 현재의 구조는 정책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부 주도의 노력일 뿐 시민사회는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산물인 사회적기업이 한국에서 끊임없이 지속가능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중요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J. Defourny & EMES European Research Network, Social enterprise in an enlarged Europe: Concept and realities
Social Enterprise Coalition(2003), There's more to business than you think; A Guide of Social Enterprise
장원봉(2008),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운동
신호균, 김영애, 장홍메(2009),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국제적 비교: 일을 중심으로
     

2010년 8월 4일 수요일

[해설] Porter(1979) - How competitive forces shape strategy

원문: Porter, M. E.(1979) "How competitive forces shape strategy?", Harvard Bususiness Review

정리: 박상유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작성일: 20083(HERI 사내교육용)

전략, 그게 뭔데?

전략(strategy)에 대한 정의는 전략을 전공한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다. 실제로 전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참으로 다양한 답을 듣곤 한다.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는 것이, 전략도 경영학의 다른 하위 분야처럼 기업 경영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변수들, 다시 말해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고, 따라서 전략의 개념도 중시하는 관심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게 있어 전략은 목적(objectives)을 어떻게 달성하느냐에 대한 통합적이고 외부지향적인 개념이다. 더 좋은 정의도 얼마든지 있겠지만, 나와 궁합이 맞는다고나 할까? 물론, 이러한 애매한 정의도 내 아이디어는 아니고, 햄브릭(D. C. Hambrick)과 프레드릭슨(J. W. Fredrickson)의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전략은 5가지 의사결정으로 구성되는데, 어디서 활동할 것인가(arenas), 어떻게 그곳에 도달할 것인가(vehicles), 시장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differentiators), 어떤 속도와 순서로 움직일 것인가(staging), 마지막으로 어떻게 수익을 확보할 것인가(economic logic)가 그것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 질문에 분명하게 답할 수 있다면 훌륭한 전략이라고 부를 만하지 않을까?

어쨌든 이런 입장은 자원기반론적 관점(resource-based view)보다는 산업구조론(industrial organization)적 관점에 더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방향을 제시했던 것이 그 유명한 마이클 포터(M. E. Porter)인 것이다. 그리고 포터를 그토록 유명하게 만든 것은 저명한 학술지가 아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1979년에 실린 이 글이고, 포터는 전략분야의 동방신기가 되었다.

포터의 경쟁전략을 설명하기 전에 이 글이 실린 1979년의 상황(전략도 환경의 산물이라는 내 생각은 조금 전에 말했다)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두 번의 아픔

이 글이 HBR에 실린 1979년은 두 번째 석유 위기(oil shock)가 세계 경제에 카운터펀치를 날릴 때였다. 1973년의 석유 위기 때문에 링에 누웠던 미국이란 선수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팔을 뻗으려는 찰나 터져 나온 두 번째 펀치는 정말 뼈아픈 것이었다. (미국이 석유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다른 나라 쳐들어가는 일에 주저함이 없는 것은 그 학습효과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기업들은 당연히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이때까지도 미국의 기업들은 정책(policy) 혹은 기획(planning)이라고 불리는 기능을 경영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획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해방의 기쁨을 누리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말 그대로 승전국가로서 엄청난 전리품을 (적군뿐 아니라 동맹군으로부터도) 확보했는데, 유럽에 군수물자를 공급하면서 받은 채권이 그 대표적인 것이었다. 1944년의 브레튼 우즈 협정(Bretton Woods Agreements)에 따라 세계 금융의 중심이 런던에서 뉴욕으로 옮겨 오게 되고, 달러가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무기 장사처럼 남는 게 없는 법이니,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무렵의 미국은 그야말로 엄청난 국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문제는, 전쟁은 끝났고 군수물자를 생산하던 공장의 할 일도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공장을 놀릴 수는 없으니 업종을 전환하여 이런 저런 소비재를 생산했고, 세상에서 제일 돈이 많은 미국인들은 그들의 지갑을 열어줄 것이 확실했다. 그런데, 의외로 미국인들은 돈을 쓰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유야 몇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전쟁을 겪으면서 내핍하던 버릇이 몸에 배어 돈을 쓰는 것이 영 어색했던 것이다. 이전까지는 얼마나 좋은 제품을 생산할 것인가가 미국 기업의 이슈였고, 좋은 제품만 생산하면 판매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좋은 제품을 가장 돈 많은 사람 앞에 풀어 놓아도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격이었다. 그래서 1945년 이후의 미국 기업들은 마케팅(marketing)이란 것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마케팅이란 게 결국은 소비자가 지갑을 (최근에는 꾸준하게) 열게 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기업 활동의 중심에 마케팅이 서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미국의 경제는 연 평균 4.8%의 고성장 시대를 맞이했고, 여기에는 내수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마케팅의 역할이 컸다고들 (경영학자들은 주장)한다.

미국의 행복한 시간은 1959년에 이르러 막을 내리는데 불황이란 벽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경제적 불황기의 미국 기업들은 미래라는 것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내년 혹은 3, 5년 후에는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 생산량을 줄여야 하나? 시설을 증설해야 하나? 사람을 더 뽑아야 하나? 금리가 계속 오를까? 그렇다면 자금은 언제 어떻게 조달해야 하나? 이러한 불안한 마음이 '기획'의 시대를 열었다. 기업마다 기획실이 생기고, 거기 앉은 사람들은 수많은 변수들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고,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했고, 기획실 직원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미래를 기획하는 역량이 늘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어쨌든 경기는 좋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경기가 좋을 때는 마케팅 부서가 대접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드디어, 급기야, 이윽고, 마침내 석유 위기가 터진 것이다. "도대체 기획실은 뭘 하고 있었더란 말이냐? 이제라도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 아닌가?" 경영자들의 탄식이 늘어났지만, 기획실 직원들이라고 무슨 수가 있단 말인가? 도대체 석유 위기를 어떻게 예측하란 말이고, 이런 말이 되지 않는 극심한 불황 속에서 미래는 암담하기만 한데 무슨 뾰족한 수를 내놓을 수 있을까?

포터의 등장, 그리고 전략의 시작

포터의 전공이 경제학인지 경영학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가 경제학의 기본적 가정에서 출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선을 그어 놓고 한쪽 끝에 완전경쟁시장(perfectly competitive market)을 놓고, 다른 쪽 끝에 독점(monopoly) 시장을 놓으면, 그 사이 어디엔가 과점(oligopoly) 시장이 놓일 것이다. 경제학자들의 영원한 로망인 완전경쟁시장에는 무한대의 경쟁자와 (수익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배고픈 기업들이 놓여 있을 것이고 그 반대에는 경쟁자 없이 맘 편히 (엄청난 수익에) 배를 불리고 있는 기업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것은 경쟁(competitiveness)이 아닌가? 경쟁이 심하면 수익이 낮고, 경쟁이 적으면 수익이 높다는 기본적 토대 위에 포터의 경쟁전략(competitive strategy)은 자리 잡고 있다.

포터는 다만 시장이란 단어를 산업(industry)이란 낱말로 대체했을 뿐이다. 경쟁의 역학관계를 비교하기가 가장 편리하고 또한 경쟁이 실제적인 의미를 갖는 영역이 산업이란 단위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기업의 경쟁이 일어나는 곳을 시장이라고 하지만, GMP&G가 경쟁한다고 말하면 뭔가 어색하지 않은가?) 분석의 단위를 산업으로 바꾸고, 그 안의 경쟁관계를 분석하면, 그 산업의 수익성을 측정할 수 있고, 그 산업에 속한 기업들 간의 경쟁구조가 개별 기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 포터의 경쟁전략의 기본 틀인 것이다.

다시 1979년으로 돌아가, 왜 이 때 전략이 시작되었다고 할까? (물론,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 차이가 존재하지만, 뭐 그런 것은 경영학자들이나 고민하라고 하고.) 석유위기 이전에도 물론 기업의 수익성을 극도로 악화시키는 경기 침체가 있었지만, 이는 경기의 변동(fluctuation)으로 설명이 가능했고, 또 거시경제의 각종 지표를 통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석유 위기와 같이 시장체제와 거의 무관한 외생 변수에 따른 경기침체는 발생을 예측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침체의 기간과 범위, 정도에 대한 분석도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다. (당신이 경영자라면) 당장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포터는 이러한 상황에서 분석의 단위를 산업이라는 보다 낮은 단계로 끌어내리고, 산업들 간에도 수익률 차이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 후, 이러한 수익률의 차이가 경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 여기까지는 포터가 미시경제학에서 다루던 주제를 경영에 적용한 수준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군가 유명하다면 다 이유가 있는 법. 그는 경쟁을 새롭게 구조화했는데, 그동안 미국의 기업들이 생각하듯이 경쟁의 대상에는 경쟁사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4가지의 경쟁세력(competitive forces)들이 존재하며, 경쟁사를 포함한 5가지의 경쟁세력 간의 경쟁강도가 산업, 나아가 기업의 수익률을 결정하게 된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미래를 계량적으로 예측하여 시장기회를 포착하는 수준을 넘어, 경쟁이란 주제를 붙들고 기업이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경영자의 업무라고 할 일을 새로 정해 준 셈이고, 이 업무를 우리는 전략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경쟁세력(competitive forces)은 무엇인가?

산업내의 경쟁구조(강도)가 산업과 기업의 수익률을 결정한다는 포터의 생각을 바탕에 깔아 놓고, 이제 경쟁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옛 기억을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본문의 내용을 몇 개 옮겨 적는다.

진입의 위협

특정 산업에 진입하려는 기업이 존재한다면, 당연히 산업의 경쟁강도는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산업 내의 기존 기업은 어떻게든 신규 기업의 진출을 막으려 들 것이고, 새로이 산업에 진입하려는 기업은 어떻게든 이러한 저항을 뚫고 산업에 안착하여 돈을 벌 궁리를 할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진입장벽(entry barrier)이란 개념이 튀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진입장벽은 보통 세 가지 형태가 대표적인데,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제품차별화(product differentiation), 비용 불이익(cost disadvantages independent of size)이 그것이다. 그리고 포터는 이것에 더해 요구 자본(capital requirements), 유통채널 접근(access to distribution channels), 정부 정책(government policy)을 합쳐 시장(아니 산업)의 진출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6가지 장벽으로 적시했다.

각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 아실 테니 설명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고, 그보다는 진입의 위협(threat of entry)이라는 이슈를 다룰 때 전략적 관점에서 중시해야 할 것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는 것은 시사점이 있어 보인다.

우선 진입의 위협은 위협의 전제가 된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성격과 강도가 달라진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포터는 폴라로이드(Polaroid's)의 특허가 만료되기를 기다렸다 코닥(Kodak)이 산업 내로 진입했고, 결국 폴라로이드가 쫓겨 나가게 된 예로 이를 설명한다. 다음은 산업의 세분화(segmentation)가 진입 위협의 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와인 업자들이 주류 산업 내에서 자신의 산업을 세분화하여, 광고나 유통에 대한 투자를 강화함으로 새로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것이 하나의 예가 된다.

공급자와 구매자의 위협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공급자가 산업에 위협을 주는 대표적인 형태는 공급 제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공급 제품의 품질을 낮추는 것이다. 구매자가 산업에 위협이 되는 형태는 당연히 제품 가격의 인하 또는 더 높은 수준의 품질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급자와 구매자는 언제 이러한 압력을 행사하게 될까?

포터는 공급자 집단이 교섭력을 갖게 되는 경우로 크게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다른 한 가지도 있지만, 뭐 그게 그 얘기인 듯싶어 뺐다)

공급자 집단이 소수 기업에 의해 장악되고 있고, 판매 대상 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경우

제품의 차별성이 크거나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큰 경우

전방통합(forward integration)의 위협이 발생한 경우

해당 산업이 공급자 집단의 주요 고객이 아닌 경우

구매자 집단이 교섭력을 갖는 경우는 아래와 같다.

구매자 집단이 집중되어 있거나 대량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

해당 산업의 제품에 차별성이 없는 경우

해당 산업의 제품이 구매자 제품의 부품이며, 제품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경우

구매자의 수익성이 낮은 경우

해당 산업의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

해당 산업의 제품이 구매자의 비용절감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

후방통합(backward integration)의 위협이 발생한 경우

위 내용들도 찬찬히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니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싶고……. 다만, 포터가 이러한 공급자와 구매자의 교섭력을 경쟁 구조의 중요한 요소로 설명하면서 공급자 또는 구매자를 어떻게 선택하는가가 얼마나 중요한 의사결정인가를 강조한 것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기업은 그것이 마케팅이든 전략이든 고객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에 익숙하고 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따라서 구매자를 선정하는 것은 언제나 기업의 최우선 과제이기 마련인데, 기업이 저비용구조를 구축하고 있지 않거나 차별화된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판매가 증대될수록 위험요인을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되고, 결과적으로 비교적 힘이 약한 구매자를 찾는 것이 기업 수익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후에 본원적 경쟁전략이란 개념을 도출하면서, 그 유명한 원가우위(cost leadership) 전략, 차별화(differentiation) 전략, 집중화(focus) 전략이 나오게 되는 배경이 된다. 물론, 이러한 전략적 선택이 공급자와 구매자의 교섭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의 변화에 따라 적절히 수정되어야 함은 재차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체재의 위협

대체재의 위협(threat of substitute) 역시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경쟁구조의 중요한 축이다. 포터는 대체재가 제시하는 가격과 성과의 상쇄관계가 매력적일수록 그 산업의 잠재수익의 한계 또한 명확해진다”(도대체 쉬운 말을 이렇게 어렵게 표현하는 이유가 뭔지)는 문장으로, 이를 설명한다. 특히 대체재는 붐(boom)이 발생할 때조차 잠재적 수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컨설팅하고 있는 모 칫솔 제조업체가 갑작스런 호황을 맞아 수익을 확대할 기회를 얻었다고 해도, 전동칫솔이라는 강력한 대체재가 존재하는 한 가격 인상이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우리 쪽 예를 들려니, 좀 억지스럽긴 하다.)

어쨌든 포터는 전략적으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체재는 (1)산업제품으로 가격과 성과의 상쇄관계를 높이거나, (2)높은 수익을 내는 산업분야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체재의 도입으로 인해 산업 내 경쟁이 증가되고 가격의 인하 또는 품질의 개선 효과가 커질 때, 대체재의 진입 압력도 커지게 마련이다.

기존 경쟁자들

포터는 기존 경쟁자들 간의 경쟁을 치열한 포지셔닝 싸움(jockeying for position)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들 간에 경쟁을 더욱 뜨겁게 만드는 것은 아래의 몇 가지 요소들이 단독 혹은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다수이거나 규모와 힘이 유사한 경우

성장속도가 느림에도 불구하고, 산업 내 구성원이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는 경우

제품의 차별화 정도가 낮거나 전환비용이 낮은 경우

고정비용이 높거나 제품이 소모성이 큰 경우

규모 확장이 생산량의 극적인 증가를 유발하는 경우

퇴출장벽(exit barrier)이 높은 경우

경쟁자의 전략이나 배경, 성격이 다양한 경우

물론, 기존 경쟁자들 간의 경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경우도 있는데, 산업의 수명주기(life cycle)가 성숙기에 이르거나, 인수/합병 등을 통해 전혀 다른 성격의 산업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기술혁신에 따른 고정비 변화로 경쟁구도가 급변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전략

상황이 이렇다면, 경영자(혹은 기업의 전략 담당자)는 뭘 어째야 한다는 말인가? 경쟁의 추세와 경쟁세력의 역학 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통해 자사의 상대적약점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다. , 5개 영역의 경쟁세력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원인들에 대해 자사의 강점과 약점을 기반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전략이라는 것이다.

나중에 포터는 이 부분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기는 하지만, 본문에서는 (1)포지셔닝을 통해 기업 역량이 경쟁세력을 가장 잘 방어할 수 있도록 하거나, (2)전략적 이동을 통해 세력들 간의 균형에 영향을 미쳐 회사의 위치를 향상시키거나, (3)경쟁세력들이 상황을 인지하기 전에 새로운 경쟁적 균형에 가장 적합한 전략을 선택하는 것을 통해 변화를 활용하고 경쟁세력이 기반하고 있는 요인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업 포지셔닝

기업은 기업의 역량과 경쟁세력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어디서 경쟁해야 하고, 어디서 경쟁을 피해야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본문에서는 닥터 페퍼(Dr. Pepper)의 성공이 방금 설명한 지식을 활용한 매우 단순한 전략적 판단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닥터 페퍼는 청량음료 시장의 빅 투(Big Two; 코카콜라와 펩시)와 경쟁하는 대신, 그들의 제품라인에 편승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고, 제품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진입장벽을 구축했다고 설명한다. (어떤 마케팅 교과서에서는 같은 사례를 조금 다르게 설명한다. 재미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대충 묻어가는 것이 닥터 페퍼의 전략이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광고전(전쟁이라 부를 만했다)에 있어서는 빅 투와 결전을 불사했고, 브랜드 인지도를 상당히 강화시켰다. , 채널에서는 경쟁을 피하고, 브랜드에서는 경쟁을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은 기업의 역량과 경쟁세력에 대한 지식으로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도 닥터 페퍼가 많이 팔리나? 인수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균형에 영향을 미치기

닥터 페퍼의 경우에서 보다시피, 마케팅 혁신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거나 제품 차별화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를 감행하거나 수직계열화 통합을 추진하는 등의 다양한 옵션이 가능하다. 세력 균형이란 것이 외부 요소들의 결과물이기도 하고, 기업의 통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산업변화를 활용

산업의 진화는 경쟁 원천(the sources of competition)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진화의 추세가 무엇인지가 아닌 이러한 진화가 경쟁 원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의 문제이다. 따라서 어떤 행동이 가장 중요한 경쟁원천에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한편으로는 선두에서 어떤 새로운 영향 요인을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전략적 관점에서 중요한 이슈가 된다.

글을 마치며

30년쯤 전에 포터가 제시한 경쟁세력에 대한 모델은 너무 익숙해져 진부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경쟁을 전략의 요체로 끌어 올린 그의 아이디어 역시 낡았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경쟁에 대한 이해는 지금도 여전히 전략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1990년대 이후 유행하고 있는 자원기반론적 관점 역시 이러한 경쟁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는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써먹기 좋은 모델을 만든 경영학자는 모든 컨설턴트들의 숭배를 받기에 마땅한 것이 아닐까?

참고문헌

Hambrick, D. C. & Fredrickson, J. W., 2005. "Are you sure you have a strategy?", Academy of Management Executive

조동성, 2006. 21세기를 위한 전략경영(4), 서울경제경영

문제:

특정 산업의 수익성을 경쟁의 강도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산업의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경쟁세력은 포터가 설명한 5가지 외에 다른 것은 없을까?

특정 산업 내에 경쟁의 지위에 있는 서로 다른 기업들의 수익성 차이를 이러한 모델로 설명할 수 있나?

만일 특정 기업이 수익률이 매우 낮은 산업군에 속해 있다면, 그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만일 특정 기업의 생산하는 제품/서비스가 여러 가지가 존재하고, 서로 다른 산업군에 속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